한경국립대학교가 한국복지대학교와의 성공적인 통합을 통해 국내 유일의 장애·비장애 통합 고등교육 기관으로서 독보적인 위상을 확립한 것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이제 우리는 물리적 결합을 넘어, 우리 공동체의 사고를 규정하는 ‘언어의 질서’를 점검함으로써 진정한 화학적 결합을 완성해야 할 시점에 서 있습니다. 이에 본인은 현재 관성적으로 사용되는 ‘비장애’라는 용어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고, 이를 대체할 포용적 담론을 제언하고자 합니다.
언어학적으로 어떤 존재를 정의할 때 그 고유한 속성이 아닌 ‘특정한 상태의 부재(非)’를 기준으로 명명하는 것은 심각한 ‘부정적 정의’의 오류를 범하는 것입니다. ‘비장애’라는 표현은 장애를 표준으로 설정하고 그 외의 상태를 단순한 결여 상태로 정의함으로써, 비장애인 개개인이 가진 역동적인 신체적·정신적 특성을 언어적으로 소외시킵니다. 이는 인간의 다층적인 면모를 오직 ‘장애 유무’라는 앙상한 이분법 아래 가두고, 주체성을 거세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나아가 이러한 이분법적 명명은 장애와 비장애를 단절된 두 세계로 인식하게 만드는 개념적 고착화를 유발합니다. 인간의 신체적 조건은 생애 주기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변적인 것이며, 엄밀히 말해 우리 모두는 ‘잠재적 장애인’ 혹은 ‘일시적 비장애’ 상태에 놓여 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비장애’라는 고정된 용어를 고수하는 것은 장애를 ‘나와는 무관한 타자의 영역’으로 분리하는 심리적 장벽을 공고히 하며, 이는 우리 대학이 지향하는 보편적 설계(Universal Design)의 가치와도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따라서 장애인 교육의 메카인 한경국립대학교가 이제는 행정 편의적인 ‘비장애’라는 용어 사용을 지양하고, 인간의 다양성을 긍정하는 ‘실재적 정의’로의 전환을 주도해야 합니다. 우선 장애 여부를 굳이 밝힐 필요가 없는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모든 학생’이나 ‘학내 구성원’과 같은 보편적 명칭을 적극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장애가 특별한 구분점이 되지 않는 자연스러운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만약 행정적·교육적 필요에 의해 구분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비장애’라는 소극적 표현 대신 ‘공통 학습 참여자’나 ‘범용 시설 이용자’와 같이 대학 행정 체계 내에서의 지위와 역할에 초점을 맞춘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용어를 선택해야 합니다. 여기서 ‘공통 학습 참여자’란 단순히 장애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보조 공학 기기의 도움 없이도 대학이 제공하는 보편적인 교육 인프라를 온전히 향유하며 학습에 임하는 능동적 주체를 의미합니다. 이는 학생을 단순한 ‘상태’로 규정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 서비스의 수혜자이자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회복시키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총장님, 우리 대학이 사용하는 언어에서 ‘비(非)’라는 부정의 장벽을 걷어내는 것은 단순히 용어를 바꾸는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통합 교육의 질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상징적 결단이 될 것입니다. 한경국립대학교가 언어적 편견마저 해소된 ‘무경계 지성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학내 규정과 가이드라인을 통한 이 ‘포용적 언어 문화’ 확립 사안을 깊이 있게 검토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